Fantasy
제목: 침묵의 연대기
교실의 공기는 무겁고,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타카하루에게 쏠려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는 핀으로 고정된 수많은 과학 문제들이 펼쳐져 있었다.
“타카하루!”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의 고뇌를 끊었다. “이번에는 히나모리에게 도움을 줘야 해.”
타카하루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왜 저한테요? 제가 과학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런 말 하지 마. 히나모리도 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해. 당신이 도와줘야 해.”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타카하루는 불만을 품고 옆에 앉아 있는 히나모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담담했지만, 그 눈은 무언가를 요청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결정했다. “저는 도와줄 수 없어요. 그냥 상담실로 보내는 게 낫겠어요.”
히나모리는 그의 말에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타카하루! 그렇게 하지 마!” 선생님은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너무 이기적이야!”
“이기적이라니요?”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제 커리어도 있어요! 법대를 가고 싶다고요! 과학은 저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의 목소리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히나모리는 그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시선을 피했다.
“상담실로 가!”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지금 당장!”
히나모리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 보인 슬픔이 그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하교 후, 타카하루는 집에 돌아와서 부엌 테이블에 머리를 두고 있었다.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와 아빠가 뉴스에 집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타카하루! 오늘 학교는 어땠어?” 엄마가 그에게 물었다.
“좋지 않았어요.”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학교는 그냥 지옥 같아요.”
“왜? 무슨 일 있었니?” 아빠가 뉴스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쳐다보았다.
“히나모리라는 전학생을 도와주라는 데,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녀는 말도 못 하고, 나는 과학을 싫어해요!” 타카하루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도와줄 수도 있잖아?” 엄마가 말했다. “그녀도 어렵게 학교에 왔을 거예요.”
“도와줄 이유가 없어요!” 그는 소리쳤다. “저는 제 미래가 더 중요해요!”
그의 말에 집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아빠는 입을 다물고, 엄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타카하루, 삶에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미래를 만드는 한 방법일 수 있어.”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타카하루는 그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괴로움 속에 있었고, 히나모리의 눈빛이 그의 마음을 더욱 얽매었다.
“하… 정말 귀찮고 복잡해.” 그는 다시 머리를 테이블에 묻었다. “이걸 어쩌지?”
그의 마음속에는 법대와 히나모리, 두 가지 갈림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그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