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
미정
[SCENE START]
INT. 추은의 아파트 - 밤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내리비치는 거실. 벽에는 전교 1등 상장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추은(18)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목에 난 상처가 선명하다. 핏자국이 카펫 위로 번져간다.
염해(18)가 그 앞에 서 있다. 손에 피투성이가 된 문구용 칼을 쥐고 있다. 숨이 가쁘다. 손이 떨린다.
<center>염해</center> > *(숨을 헐떡이며)* >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잠시 멈춤. 추은의 시신을 내려다본다. 얼굴에 이상한 미소가 번진다.
<center>염해</center> > 너 없으면... 이제 나도 1등 할 수 있어.무릎을 꿇고 앉아 추은의 가방을 뒤진다. 시험 답안지가 든 파일을 꺼낸다. 손가락이 떨린다. 파일을 열자 반짝이는 100점짜리 시험지들이 보인다.
염해가 침을 삼킨다. 시험지를 꺼내 자신의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툭.
조용한 소리. 뒤에서 났다.
염해의 몸이 굳는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추은이 서 있다. 목에 난 상처는 이미 아물기 시작했고, 핏자국이 옷깃을 적시고 있다. 얼굴은 창백하지만, 눈빛은 평소처럼 담담하다.
<center>추은</center> > *(부드러운 목소리로)* > 염해야, 그거 가져가면 안 돼.염해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칼을 놓친다. 쇳소리가 난다.
<center>염해</center> > 무... 뭐야? 너... 죽었잖아!추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마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center>추은</center> > 죽은 게 아니라... 깨어난 거야.조용히 다가간다. 염해는 엉덩이로 뒤로 밀려나며 도망치려 한다. 벽에 닿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추은이 염해 앞에 멈춘다. 손을 내밀어 염해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손끝이 차갑다.
<center>추은</center> > 나도 너처럼... 질투를 느껴본 적 있어. > *(조용히 웃으며)* > 하지만 난 내 자리를 지키는 법을 배웠어. 영원히.염해의 눈이 공포로 커진다. 추은의 눈동자가 짙은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center>염해</center> > *(목소리가 갈라지며)* > 제발... 제발!추은이 입을 연다. 그 입에서 무언가 기어나온다. 검은 연기 같은 형체가 염해의 얼굴을 향해 스며든다.
<center>추은</center> > *(속삭임)* > 이제 우리, 진짜 친구가 되자. 영원히, 함께 하자.염해의 비명이 아파트에 울려 퍼진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꺼진다.
암전.
FADE OUT.
[SCENE END]
